RC 회로, 스위치를 켜면 왜 바로 안 찰까?
전압은 계단이 아니다
스위치를 켜면 전원 전압이 바로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커패시터 양단 전압을 오실로스코프로 보면 완만한 곡선이 그려집니다.
더 이상한 건 끝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공급 전압에 정확히 도달하지 않습니다. 가까워질 뿐이죠.
왜 이렇게 굼뜬 걸까요.
한 줄 정의
커패시터는 전압을 순간적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전압이 계단처럼 뛰려면 가 무한대여야 하고, 그러면 전류도 무한대여야 합니다. 회로에 저항 이 있는 한 전류는 을 넘지 못하므로, 전압은 반드시 시간을 들여 변합니다.
한 번에 차지 않는다 — 30초로 보기
곡선의 정체
키르히호프 전압 법칙을 세우면
1차 선형 미분방정식이고, 초기 조건 에서 풀면
지수함수가 나오는 이유는 남은 전압 차에 비례해서 충전되기 때문입니다. 많이 남았을 땐 빠르게, 거의 다 찼을 땐 느리게 — 자기 자신에 비례하는 변화는 항상 지수함수가 됩니다.
시상수 τ = RC
지수의 분모 를 시상수 라 부릅니다. 단위를 확인하면 옴 × 패럿 = 초입니다.
를 넣어보면
63.2% 라는 숫자는 외울 게 아니라 입니다.
| 시간 | 도달률 | 계산 |
|---|---|---|
| 1τ | 63.2% | |
| 2τ | 86.5% | |
| 3τ | 95.0% | |
| 5τ | 99.3% |
현장에서 '5τ면 다 찼다'고 하는 이유
수학적으로는 영원히 도달하지 않지만, 5τ면 99.3%라 오차 1% 미만입니다. 계측기 정밀도나 부품 오차보다 작은 값이죠. 그래서 실무에서는 5τ를 정착 시간(settling time)으로 씁니다. "다 찼다"는 말은 엄밀히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τ 를 키우면 무슨 일이 생기나
이므로 저항이나 커패시턴스를 키우면 느려집니다.
- 이 크면 — 전류가 적게 흘러 채우는 데 오래 걸립니다
- 가 크면 — 담을 그릇이 커서 같은 전류로 더 오래 걸립니다
이 성질을 이용한 게 RC 필터입니다. 빠른 변화(고주파)는 커패시터가 따라가지 못해 걸러지고, 느린 변화(저주파)만 통과합니다. 시상수가 곧 "얼마나 빠른 변화까지 따라갈 수 있는가"의 기준이 됩니다.
방전은 대칭입니다
전원을 떼고 저항으로 방전시키면
같은 로 떨어지고, 1τ에서 36.8%()가 남습니다. 63.2%와 36.8%를 더하면 100%인 게 우연이 아닙니다 — 같은 지수를 위에서 보느냐 아래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전압은 못 뛰지만 전류는 뜁니다
스위치를 켜는 바로 그 순간, 커패시터 전압은 0이므로 저항에 전원 전압이 통째로 걸립니다. 즉 전류는 로 순간적으로 최대가 됩니다. "커패시터는 처음에 도선처럼 행동한다"는 말이 이 뜻입니다. 못 뛰는 건 전압이지 전류가 아닙니다. 반대로 인덕터는 전류가 못 뛰고 전압이 뜁니다.
정리
- 커패시터는 때문에 전압을 순간적으로 못 바꿉니다
- 남은 전압 차에 비례해 충전되므로 곡선은 지수함수입니다
- 는 시간 단위이고, 1τ의 63.2%는 입니다
- 5τ = 99.3%라 실무에서 "다 찼다"고 봅니다 — 수학적으로는 영원히 도달하지 않습니다
- 방전은 같은 τ로 떨어지고 1τ에 36.8%가 남습니다
- 못 뛰는 건 전압뿐 — 전류는 스위치를 켜는 순간 최대입니다
굼떠 보였던 건 회로가 느려서가 아니라, 전압이 뛰려면 무한대 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