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 자유에너지, 반응이 저절로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 ΔG=ΔH−TΔS

얼음은 왜 0℃를 넘어야만 녹을까
얼음이 녹는 반응은 늘 같습니다. 그런데 −10℃에서는 절대 안 녹고, 10℃에서는 가만히 둬도 녹죠. 똑같은 반응인데 온도가 방향을 뒤집습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막힙니다. 에너지가 낮아지는 쪽으로 간다고 배웠는데, 얼음이 녹을 때는 오히려 열을 흡수합니다(에너지가 올라감). 그런데도 저절로 일어나요. 그렇다고 "무질서해지는 쪽"이라 하기엔 −10℃에서는 안 녹고요.
정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의 줄다리기입니다. 그 줄다리기를 하나의 숫자로 정리한 게 깁스 자유에너지입니다.
한 줄 정의
일정한 온도·압력에서 반응의 자발성을 판정하는 양:
- : 자발적(정반응이 저절로 진행)
- : 평형(양방향 속도가 같음)
- : 비자발적(역반응이 자발적)
왜 되는가 — 우주의 엔트로피를 계 하나로 계산하는 트릭
자발성의 진짜 기준은 열역학 제2법칙, 즉 입니다. 그런데 매번 주변까지 계산하는 건 번거롭죠.
일정한 ·에서 계가 방출한 열은 그대로 주변으로 가므로 입니다. 그러면
양변에 를 곱하면 (부등호 방향이 뒤집힙니다)
즉 이라는 건 과 정확히 같은 말입니다. 깁스 자유에너지는 새로운 법칙이 아니라, 주변을 계산하지 않고 계의 값만으로 제2법칙을 쓰게 해주는 장치예요.
두 항의 줄다리기 — 온도가 심판
(에너지 안정)와 (퍼지려는 경향)가 겨루고, 온도 가 후자의 발언권을 키웁니다.
| 자발성 | ||
|---|---|---|
| − | + | 항상 자발적(온도 무관) |
| + | − | 항상 비자발적 |
| − | − | 저온에서만 자발적 |
| + | + | 고온에서만 자발적 |
얼음이 녹는 건 마지막 줄입니다. (열 흡수), (고체→액체). 그래서 가 충분히 커야 가 를 이기죠. 그 경계가 바로 인 지점, 즉 녹는점입니다.
물의 융해는 , 이므로
녹는점이 계산으로 나옵니다. 0℃가 임의의 숫자가 아니라 두 항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온도라는 뜻이에요.
ΔG와 ΔG°는 다릅니다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 : 표준상태(모든 물질 1 M 또는 1 bar)에서의 값. 반응마다 하나로 고정된 상수.
- : 지금 이 순간 실제 농도에서의 값. 반응이 진행되며 계속 변함.
둘은 이렇게 연결됩니다.
반응이 진행되면 가 커지고 는 0에 가까워집니다. 평형에서 , 그때 이므로
ΔG°는 0이 아니라도 평형은 존재합니다
이라고 "반응이 전혀 안 일어난다"가 아닙니다. 가 1보다 작을 뿐, 평형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평형에서 0이 되는 건 (순간값)이지 (상수)가 아니에요. 자세한 건 화학평형 글을 보세요.
여기서 다들 틀립니다 — 함정 3가지
- "자발적 = 빠르다"는 오해. 자발성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닙니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바뀌는 반응은 이라 자발적이지만, 활성화 에너지가 커서 수억 년이 걸립니다. 속도는 반응속도론의 영역이고, 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 단위 불일치. 는 보통 kJ/mol, 는 J/(mol·K) 로 주어집니다. 그대로 빼면 1000배 틀립니다. 위 계산에서 을 으로 바꾼 게 그 이유예요.
- 의 를 섭씨로. 절대온도(K)여야 합니다. 25℃면 298 K이지 25가 아닙니다. 의 단위에 K가 들어있다는 걸 떠올리면 잊지 않습니다.
정리
- 결론: , 이면 자발적
- 뿌리: 제2법칙()을 계의 값만으로 쓰는 장치
- 온도의 역할: 가 엔트로피 항의 발언권을 키움 → 같은 반응도 온도로 방향이 바뀜
- 평형 연결:
깁스 자유에너지는 일반화학에서 열역학과 평형을 잇는 다리입니다. 여기가 잡히면 상평형·전기화학(네른스트 식)·용해도까지 전부 같은 판정식의 변형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