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잘 살았는데 왜 갑자기 라디안인가
중고등학교 내내 각도는 도였습니다. 직각은 90°, 한 바퀴는 360°. 직관적이고 계산도 쉽죠.
그런데 대학에 오면 교재가 통째로 라디안으로 바뀝니다. π/2, π/6 처럼 분수와 π 가 섞인 각도가 나오고, 계산기 모드를 잘못 두면 답이 전부 틀립니다.
"익숙한 걸 두고 왜 불편한 쪽으로 가나" 싶지만, 이유가 분명합니다. 도를 쓰면 미적분이 망가집니다.
한 줄 정의
반지름과 같은 길이의 호에 대응하는 중심각이 1 라디안입니다.
반지름 r, 호의 길이 ℓ 일 때 중심각은
θ=rℓ[rad]
한 바퀴는 둘레가 2πr 이므로 θ=2πr/r=2π 라디안입니다. 그래서
360∘=2π rad,180∘=π rad
라디안에 단위가 없는 이유
θ=ℓ/r 은 길이 ÷ 길이입니다. m를 m로 나눴으니 단위가 상쇄되어 순수한 수만 남아요. rad는 단위라기보다 "이건 호도법으로 잰 값"이라는 표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sinθ 처럼 함수에 그대로 넣을 수 있습니다.
왜 미적분에는 라디안이어야 하는가
핵심은 이 극한 하나입니다.
limx→0xsinx=1(x는 라디안)
각이 아주 작을 때 호의 길이와 그 사인값이 거의 같아진다는 뜻입니다. 라디안이 호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잰 값이니 당연한 결과예요.
그런데 도로 재면 이 값이 1이 아닙니다.
limx→0xsinx∘=180π≈0.01745
이 차이가 미분에 그대로 번집니다. 라디안에서는 깔끔하게
dxdsinx=cosx
이지만, 도를 쓰면
dxdsinx∘=180πcosx∘
미분할 때마다 π/180 이 하나씩 달라붙습니다. 두 번 미분하면 제곱으로 붙고요. 삼각함수의 미분·적분·테일러 전개가 전부 지저분해집니다. 라디안은 이 군더더기를 없애려고 고른 자연스러운 눈금입니다.
예제로 확인
① 변환 — 180∘=π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60∘=60×180π=3π,43π=43π×π180=135∘
자주 쓰는 값은 외워두면 빠릅니다.
| 도 | 30° | 45° | 60° | 90° | 180° | 270° |
|---|
| 라디안 | π/6 | π/4 | π/3 | π/2 | π | 3π/2 |
② 호의 길이와 부채꼴 넓이 — 라디안을 쓰면 공식이 짧아집니다.
ℓ=rθ,S=21r2θ
도를 쓰면 ℓ=2πr×360θ 처럼 매번 비율을 끼워 넣어야 하죠.
반지름 6, 중심각 π/3 인 부채꼴이면
ℓ=6×3π=2π,S=21(62)(3π)=6π
③ 작은 각 근사 — 라디안에서는 θ 가 작을 때 sinθ≈θ, tanθ≈θ 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물리에서 단진자를 단진동으로 다루는 것이 정확히 이 근사예요.
여기서 다들 틀립니다 — 함정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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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 모드를 확인 안 한다. DEG로 두고 sin(π/6) 을 넣으면 0.5가 아니라 0.0548이 나옵니다. 답이 통째로 틀리는데 과정은 멀쩡해 보여서 찾기도 어려워요. 미적분 문제면 무조건 RA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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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꼴 공식에 도를 그대로 넣는다. S=21r2θ 는 라디안 전용입니다. 60°를 그냥 60으로 넣으면 넓이가 60배쯤 커집니다. 각이 60처럼 큰 수로 주어지면 일단 의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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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θ≈θ 를 도에서 쓴다. 이 근사도 라디안에서만 성립합니다. 5° 를 그대로 넣으면 sin5∘=0.0872 인데 5라고 답하게 되죠. 라디안으로 바꾸면 0.0873이라 근사가 잘 맞습니다.
정리
- 정의: θ=ℓ/r — 길이÷길이라 단위 없는 순수한 수
- 변환: 180∘=π rad
- 쓰는 이유: limx→0xsinx=1 이 라디안에서만 성립 → 미분이 깔끔해짐
- 공식: ℓ=rθ, S=21r2θ (라디안 전용)
호도법은 "새로 외울 각도 체계"가 아니라 미적분이 돌아가게 만드는 전제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π/6 같은 표기가 불편이 아니라 편의였다는 게 보입니다.